


| [중앙일보]휴대전화 끼고 사는 당신 그래서 더 행복해졌나요 | 2009-03-27 | view | 26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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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끼고 사는 당신 그래서 더 행복해졌나요 [week&CoverStory] 슬로 라이프
느리게 살라고 한다. 그러면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단다. 최근 1~2년 새 ‘느린 삶’을 주창하는 ‘슬로 라이프’ 운동이 벌어지더니 최근엔 느리지만 그 목소리가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 시간과 경쟁하듯 살아도 시간은 모자라 가족과 함께 저녁 먹은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오랜만에 전화한 동창 녀석에게도 ‘조만간 한 번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으로 때우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불안하고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으니까. 그렇게 살 바엔 차라리 바쁘고 고단한 삶을 벗어나 아예 느리게 살아 보라고 하는 건 어쩌면 ‘인도주의적’ 조언인지도 모른다. 그래 한번 느리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느리게 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각론으로 들어가면 말문이 막힌다. 그건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걸 본 사람은 있는지…. 그래서 느리게 사는 방법을 찾아나서 봤다. 의외로 느린 삶을 구현해 내는 현장은 바로 우리 옆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느리게 사는 도시 기다림으로 덧간을 한 음식들 수명을 길게 늘여 입는 옷 일부러 돌아가도록 만든 집…. 우리가 찾아낸 느린 삶의 방법이 여기에 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느리게 사는 마을이 있다. 이른바 ‘슬로시티(Slow City)’다. 여기서 슬로시티는 문학적 수사가 아니다. 일종의 국제면허증이다. 슬로시티 국제연맹이란 단체가 심사를 거쳐 자격을 부여한 그러니까 느리게 사는 마을이라고 인증받은 동네다. 세상이 워낙 내달리기만 하니 이런 동네도 지정되고 보존되는 것이다. 그것도 국제적 차원에서 말이다. 한국엔 현재 모두 5곳의 슬로시티가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를 배출한 국가다. 2007년 12월 전남 신안군 전남 담양군 전남 장흥군 전남 완도군이 슬로시티로 지정됐고 올 1월 경남 하동군이 슬로시티 대열에 합류했다. 그 느린 도시에 다녀왔다. 산업화의 혜택이 덜 미친 그곳에 그 도시들이 있었다. 모든 가치가 느리고 천천히 실현되는 그곳에서 도시 문명에 찌든 육신은 이따금 불편을 호소했다. 하나 마음은 달랐다. 마냥 편안하고 한없이 푸근했다. 슬로시티의 원형-청산도 전남 완도군은 201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청산도가 있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그곳 말이다. 완도군은 청산도로 인해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2007년 청산도에 들른 슬로시티 국제연맹 실사단은 “슬로시티 정신의 원형이 구현된 곳”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그 섬은 완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마침 내려앉은 봄볕 아래에서 청산도의 보리밭과 유채밭은 푸르게 빛났다. 섬 이름 청산(靑山)의 유래를 알 것 같았다. 청산면 박은경 면장을 만났다. “여긴 가난한 어촌입니다. 섬 인구가 2613명이고 가구 수로는 1000여 가구입니다. 어르신 내외만 사는 가정이 대부분이지요. 완도군이 국내 전복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지만 청산도에선 그리 많이 나지 않습니다. 수심이 맞지 않거든요. 양식은 소규모이고 해녀들이 따오는 전복·뿔소라 따위만 있을 뿐입니다. 농사요? 그건 다녀보면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청산도는 곡선의 섬이다. 섬에서 직선은 드물었다. 네모 반듯한 논 하나 시원스레 뚫린 신작로 하나 없었다. 굽이를 따라 길이 났고 언덕에 기대 논과 밭이 들어앉았다. 계단식 논은 너무 흔해 되레 식상해 보였고 길마다 정성스레 쌓인 돌담이 경계를 표시했다. 청산도엔 ‘구들장 논’이란 게 있다. 산비탈을 깎아 논을 만들었는데 평지가 부족하니까 바닥에 돌을 먼저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은 논을 말한다. 그만큼 농사 지을 땅이 적다는 얘기다. 섬 안엔 모두 4대의 택시가 있다. 택시는 관광객에게 가이드 역할도 한다. 섬을 순환하는 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시동을 건다. 섬에서 가장 보편적인 운송수단은 경운기다. 섬은 노부부를 싣고 밭으로 갯벌로 오가는 경운기 소리로 내내 소란스럽다. 완도군은 다음 달 18~19일 제1회 세계슬로걷기축제를 연다. 첫날 행사는 배를 안 띄워도 되는 신지도에서 열리고 이튿날엔 청산도에서 8㎞ 구간을 걷는 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적은 그 구불구불한 청산도의 길에서 말이다. 차 한 잔의 여유-하동 악양면 경남 하동군은 차(茶) 생산지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차라면 우리나라에도 명소는 많다. 전남 보성은 이미 국민관광지가 됐고 전남 해남의 일지암은 다도(茶道)의 성지다. 한데 하동의 차는 성격이 다르다. 말 그대로 야생 차다. 이곳의 차밭은 볼품없다. 섬진강 끼고 도는 19번 국도 옆 산기슭 대부분이 차밭이다. 하나 차밭이란 걸 모르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가꾸고 다듬지 않아 수풀처럼 우거지고 어수선해 보여서다. 바로 이 대목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름 주고 농약 쳐 기른 차를 우려먹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 실사단에게 하동의 차밭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동군에 악양면이란 마을이 있다. 슬로시티 하동의 본령이 되는 동네다. 바로 옆의 화개면보다 차는 덜하지만 농촌마을의 전형적 모습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 맞다. 박경리의 『토지』에서 최참판댁이 살았던 바로 그 악양이다. 이 악양면 맨 꼭대기 집에 몇 해 전 박남준(52)이란 시인이 내려와 혼자 살고 있다. 한 달 생활비는 20만원 안팎. 텃밭 가꾸고 차 달여 마시고 때때로 길손과 소주잔 기울이며 이냥저냥 살고 있는 위인이다. 오랜만에 그의 황톳집을 올라갔다. -뭔 일인가. “슬로시티 취재 왔습니다. 몸소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지 않습니까.” -차나 마시게. 마침 매화가 피었으니 꽃잎을 띄우면 되겠네. 어떤가. “향이 확 달라지네요.” -그게 슬로 라이프라네. 차를 마시는 일은 이미 슬로 라이프다. 물을 팔팔 끓였다 다시 식힌 다음 차를 우려낸다. 너무 뜨거운 물로 우려낸 차는 맛이 떫다. 짬을 두고 쉬엄쉬엄 마셔야 한다. 하동군은 5월 1~5일 야생 차 문화축제를 연다. 슬로시티 여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된 행정구역은 군(郡)이다. 그래서 슬로시티의 대표는 군수가 된다. 그러나 슬로시티마다 대표 마을이 따로 있다. 완도군에 청산도가 있고 하동군에 악양면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남 신안군은 증도 때문에 슬로시티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품질의 천일염이 생산되는 염전을 거느리고 있어서다. 뙤약볕 아래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걷어내는 그 지루하고 고단한 장면 앞에서 실사단은 찬사를 연발했다. 1953년 조성된 증도의 태평염전은 국내 최대 규모 염전이자 자체로 등록문화재다. 전남 장흥군의 대표 마을은 유치면 반월마을이다. 반월마을의 대표 특산품이 표고버섯이다. 표고버섯을 기를 때 쓰는 지목(支木)을 이용해 장수풍뎅이를 키운다. 그래서 반월마을의 다른 이름이 장수풍뎅이 마을이다. 전남 담양군은 창평면의 삼지천 한옥마을이 대표 마을이다. 10대를 이어온 전통 장과 쌀엿 등 지역 특산품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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