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매체속의 태평 > News
[스포츠월드]사라져가는 우리 것들 2009-03-26 조회수 | 2617

기사입력 2009.03.03 (화) 20:57 최종수정 2009.03.03 (화) 20:56



우리 고향마을의 보물단지인 영광염전이 6년 전엔가 사라졌다. 값싼 중국산 소금에 밀려 폐전(廢田)된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지자 동네의 젊은이들도 하나둘 도시로 떠나버렸다. 새하얀 눈처럼 담뿍담뿍 소금창고에 저장됐던 천일염이 우리 동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영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우리 마을에서 염전을 처음 시작했으므로 이름도 영광염전이었다. 우리 동네 바로 옆에는 바다가 있어서 갯물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렸고 일사가 강한데다 통풍마저 잘 되어 염전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곳에서 소금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15세기 자료에도 나올 정도.


 


소금은 갯벌을 다져서 만든 토판에서 나왔다. 여름 한 날 소나기가 올라치면 염전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기본이고 동네사람들이 너나없이 염전의 토판에 모여 소금 내는 일에 동참했다. 일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일을 끝낸 뒤에는 보람으로 가득했다. 상부상조였다.


 


염전의 사장은 늦가을이 되면 감사의 뜻으로 동네 사람들을 불러 소금 한 자루씩을 선물했다. 이 소금은 다음해 12월 김장하는 데 긴요하게 쓰였다. 마을 사람들은 1년 이상을 보관한 다음에 선물 받은 소금을 썼었다.


 


어머니는 꼭 영광염전의 소금으로 김장을 했다. 뒤란에서 뽑은 배추에 영광염전의 소금으로 절이고 멸치젓갈을 넣어서 배추김치를 만들었다. 이듬해까지 우리 식구는 이 배추김치를 먹으며 자랐다. 때에 따라 인근의 갯가에서 까온 굴이 들어가고 참기름까지 가세하면 나는 오로지 이 배추김치 한 가지만 먹었다.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 보내주는 자은도산 김치만 먹는다. 다른 김치는 영 맛이 없다. 최근 나는 이 김치맛의 핵심은 천일염에 있다고 못박았다. 잘 삭힌 젓갈맛도 그리고 어머니의 정성도 만만치 않겠지만 소금이 일등공신인 셈이다.


 


우리 마을의 영광염전은 사라졌지만 증도(曾島)의 태평염전을 비롯한 우리 고장 신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전국 생산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자체에서도 최근에야 그 가치를 깨닫고 천일염 육성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마을 사람들의 어울림의 장이었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영광염전처럼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가치 있는 우리 것들이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때가 되었다.


 


최홍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글 [경향신문]신안 시조·태평염전 ‘문화유산’ 등록신청 2006-10-28
다음글 [뉴시스]전남 문화예술사업 중앙지원 잇따라 2009-03-27